흑인은 다 열등하고 전라도는 다 깡패냐

내 오프라인 주위의 누군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었는데, 도저히 조리있게 말을 할 자신이 없어서 간단히 메모하다가 너무 길어졌다. 번호를 붙여서 좀 정리했다.

  1. 사람 자체를 보자?

    사람을 볼 때에 피부의 색깔이나 학벌이나 출신지역 등을 보지 말고, 그 사람 자체를 보아야 한다는 말을 수 많은 성현들이 강조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만큼 힘들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간 본성은 인종차별과 학벌차벌 출신지역 차벌에 더 맞을지 모른다.

  2. 추상화 - 나쁜 편이야 좋은 편이야?
    인간이 고도의 지능과 판단을 할 수 있는 기반 중의 하나는 추상화의 힘이다. 

    일일이 구체적인 데이터를 모두 다 뇌에 전달해서 세세한 것 까지 하는 것은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간단한 것은 기계화하고 나머지만 처리한다. 누구나 그런 것은 하고 있는데, 가령 구구단도 비슷한 예제가 되겠다. (3x7) + (6x9) 같은거 계산할때 삼칠은 21 + 육구 54 라고 계산하지 3을 7번 더해서 삼 육 구 십이 하지 않는다. 바둑/장기를 잘 두는 사람도 이와 비슷한 방법을 이용한다.

    나이가 들면 영어 귀가 뚫리지 않는다는 것도 비슷한 예 이다, 실험 해보면 어린 아이들은 모든 언어의 다른 음소에 뇌가 다른 반응을 한다. 하지만, 어느 정도 나이가 지나면 해당 언어에서 같은 음절로 간주되는 음소들에게는 뇌가 같은 반응을 보인다.

    음파를 일일이 그때마다 분석해서 해당 음절로 해석해서 말을 해석하려면 너무 골아프니까, 그정도는 듣자마자 그냥 자동으로 해버리는 것이다. 그래야 더 고급 단계로 넘어갈 수 있다. 가령 언어를 통해서 논리를 배운다던지 농담을 한다던지 등등... 영어를 처음 공부하면 안들리다가 계속 들으면 귀가 뚫린 다는 것도 사실은 이 음파의 추상화 쪽을 다시 자극해서 매핑을 다시 하는 것이다. 

    이게 인간의 오래된 장치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어린아이에게서 특히 잘 드러난다. 어린아이는 이야기를 해주면 "누가 나쁜 놈이야?  또는 (등장인물 모모)는 나쁜 편이야 좋은 편이야?, (등장인물 갑)이 쎄 (등장인물 을)이 쎄? 하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자연상태의 인간이 호랑이를 숲속에서 만났을때에, 그 호랑이가 지금 뒷다리에 가시가 끼어서 빨리 달리지 못하는 상태인지, 아니면 사실은 다른 사슴을 쫓고 있는 것인지 알 필요도 없다. 아니면 그 호랑이의 이빨의 강력함과 근육의 세기를 측정해서 내가 이길수 없음을 판단해서 도망갈 것을 결정할 필요도 없다. 그냥 호랑이는 무섭다. 도망가자 하는 것이 생존에 도움이 된다. 그냥 추상화 해서, 일반화 해서 빨리 결정하는게 생존에 도움이 된다.
     
    이런 방식은 인간 뿐 아니고 생물 전반에 걸쳐서 발견되는 것인데, 갓 난 새끼 기러기는 하늘에 기러기가 날아다닐 때에는 숨지 않지만, 매가 뜨면 숨을 줄 안다. 새끼 기러기가 어떻게 판별할까? 위의 그림에서 왼쪽으로 날아가면 목이 기니까 기러기이고, 오른쪽으로 그림자가 날아가면 목이 짧고 꼬리가 더 길어서 매인 것으로 간단히 인식한다.


  3. 사람이 어떻게 공평해.

    이러한 추상화/일반화는 원래 원시시대부터 내려온, 인간 본성의 일부이기 때문에 옳은 것일까? 오래 전부터 해 온 것이라고 반드시 옳은 것은 아니다. 상처가 나면 계속 긁는 것이 본능이라고 해서 부스럼나서 더 크게 되도록 긁는 것이 옳은 것은 아닌 것 처럼 말이다. 

    추상화의 다른 말인 일반화는 인간의 지적 활동에 없어서는 안될 필수품이지만, 이 일반화가 인간 집단에 적용되면 좀 이야기가 달라진다.

    고려대 애들은 무식해, 전라도 애들은 믿으면 안된다. 흑인들은 무식해, 백인들은 정이 없어, 부자들은 탐욕스러워, 가난한 애들은 거지 근성이 있어.

    이런 식의 인간 집단에 대한 일반화가 맞을 때도 있고, 틀릴때도 있을 것이다. 어쩌면 맞을 때가 더 많을 지 모른지만, 이러한 인간의 집단/분류의 추상화는 여러 요소가 작용하기 때문에 틀릴 확률도 상당히 크다. 백번 양보해서 90% 맞는다 하더라도 10%가 틀린다는 이야기이다.  

    당신이 경상도 출신이라 불친절 할 것 같아 취업을 못한다면? 당신이 전라도 출신이라 배신할것 같아 취업을 못한다면? 당신이 서울출신이라 이기적일 것 같아 취업을 못한다면? 

    이것은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는데, 본인에 해당 안되는 것 때문에 10%가 불이익을 당해야하는가? 게다가 해당 인식을 사람에게 부여하면 그것이 정말 고착화 되는 경향도 있다.

    다른 또 하나의 문제는 이런 일반화가 부여된 후에, 현실이 바뀌어도 그 일반화가 고쳐지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다.


  4. 인종차별

    사람에 대한 이런 일반화 중에 가장 예민한 것은 인종차별/민족 차별일 것인데, 독일의 나찌 히틀러가 몇년 사이에 900만에서 천백만 명을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학살한 후에, 서구문명에는 인종차별은 나쁜것, 이라는 교훈을 얻게 된다. 나는 이 교훈이 인류가 얻은 교훈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인류의 생존과 번영에 큰 도움이 되는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인종차별은 일반화 외에도 종간 경쟁 등 몇가지 요소가 더 개입되어있지만)

    만약 이러한 인종간의 차별이 그냥 계속 되도록 내버려 두었다면 2008년 지금 현재의 상태는 어땠을까?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5. 사실과 진실
    어쩌면 당신 부모님의 일반화가 맞을지도 모른다. 당신 주위의 흑인은 더 멍청하고 더 무식하고 지적능력이 떨어질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이 일시적인 '사실'에 불과한 것인가, 아니면 해당 '흑인' 자체의 형질에 박혀있어서 변할 수 없는 것인가? 단지 흑인이 교육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게토에서 생활해서 그런 것이 아닐까? 헨리 히긴스만 있다면 달라지지 않았을까?

    전라도 사람은 뒤통수를 친다는 말을 술자리에서 가끔 듣는다. 이것은 '사실'일까 '진실'일까?정치/경제적 환경 때문에 그러한 사람이 일시적으로 많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이것은 '사실'일 것이다. 이것이 '진실'이 되려면 환경 때문에 일시적으로 나타내는 특질이 아니라 더 깊은 것이어야 한다.


  6. 자기 경험 가중치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나는 내가 친한 몇 사람이 가진 '흑인은 안된다.'  '깽깽이는 안된다.' 등의 편견을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 왜냐면 내가 그들에게 5분 정도 설명한다고 하더라도 이것은 그들의 인생 경험 중 5분일 뿐이고, 남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것도 인간의 보편적인 특징 중의 하나인데, 남의 경험보다는 자신의 경험에 커다란 가중치를 두게 되어있다. 남들이 아무리 특정 식당이 맛있다고 한들, 네이버 리뷰, 메뉴판 닷컴 리뷰에서 아무리 좋게 써 있어도, 자기가 두번 가보고 두 번 다 못먹을 정도 수준이었다면, 남들의 말은 다 무시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게 식당 같은 한 장소가 아니라, 커다란 인간 집단이라면 자기 경험 가중치가 오작동한다. 100만명의 전라도 사람중 2만명이 조폭이라고 가정을 하자. 만약 당신이 만난 세 사람중 세사람이 조폭이었다면, 당신에게는 아마 전라도 사람은 모두 조폭일 것이다.

    내가 겪어봤다니까, 라는 자기만의 경험을 일반화 하는 것이 큰 집단에 적용되면 정확하지 않을 경우가 많다. 이것은 질병에 관한 경우에도, 길건너 철승이네 아버지가 감초 먹고 병 나았다니까 하는 데이터는 검증되었다고 말하기 어렵다.


  7. 현실과 이상
    내가 인종차별은 옳지 않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가 남아공 흑인 마을에 밤에 운전해 들어가거나 한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실에 기초한 단기 행동/판단 기준과 장기 가치관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 내가 남아공 흑인 마을의 높은 범죄율의 현실을 인식한다는 것, 특히 밤에는 훨씬 높다는 것을 인식하고 판단 기준에 참고한다는 것은, 흑인이 본질적으로 범죄적인 인간인 것은 아니라는 인식과 배치되지 않는다.

    또한, 내가 일주일 이내에 2만명의 지원자 중에서 한 명의 선별자를 뽑아야 한다고 한다면, 일일이 한사람 한사람 오랫동안 같이 지내는 것이 (일주일 내에) 불가능하므로 객관적으로 알려진 기준 - 학벌, 성적 -등을 이용하여 30명 정도로 압축한 후에, 필터되지 않은 그 사람 자체를 볼 것이다. 

    그러니까, 어느정도 현실에서는 그러한 일반화를 피할 수 없는 것인데, 그러한 행동의 기저에 '중졸은 일을 할 수 없지.'라고 본질을 단정하면서 한다면 미래에 오류를 범할 확률이 높인 것이고,  '일주일이라는 시간과 2만명의 지원자 때문에 어느정도 오류를 감수하고' 한다면 훨씬 유연한 사고라고 할 것이다.


  8. 객관적 기준의 일반화와 미신적 기준

    위의 학력이나 흑인마을의 범죄율 같은 것은 어느정도 계량화 된 것이라 지표가 될 수 있지만, 어떤 사람들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기준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코가 큰 사람은 어디가 크대."
    "손금이 이러이러 생긴 사람은 어떠어떠한 인생을 산대."
    "B형은 모모한 성격을 가지고 있어."
    이러한 비객관적인 기준에다가 자신의 인생경험이 우연히 맞아 떨어지고 선택적 기억까지 겹치면 대책이 없다. 이러한 일반화를 할 때에는 제발 그 기준이 어디서 나온건지, 왜 사람들이 그러한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인지, 왜 내가 그런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인지 한번 쯤 생각해보고 유효성을 따져보자.


  9. 제발 쫌.
    당신은 그들의 종자가 그래서 그렇다고 한다. 당신이 직접 겪어봤다고 한다. 나는 아직 겪어보지 못해서 이렇게 말한다고 한다. 그들을 그렇게 생각하는게 당연하다 인간의 본성이니 잘못 없다고 한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져서 이정도지 원래는 더했으니 감사한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나도 행동으로는 다를 바가 없지 않냐고 이중기준 아니냐고 한다. 

    제발 쫌.

Posted by Corea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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