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사람' 은 <오마이뉴스> 경제팀이 연재하는 코너입니다. 한달에 3-4차례씩 경제계 인사들을 인터뷰할 예정입니다. [편집자말]
▲  송보경 소비자시민모임 석유시장감시단장(서울여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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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재정부(기재부) 관계자가 '유류세 인하 논쟁을 하는데, 송보경 단장이 나오면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더군요."

지난 18일 오전 보도전문채널 mbn의 한 뉴스프로그램 담당 프로듀서가 송보경(66) 소비자시민모임(소시모) 석유시장감시단장(서울여대 명예교수)에게 전한 말이다. 당초 이날 방송에선 송보경 단장과 정부 쪽 인사의 대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기재부에서는 참석을 취소했다. 결국 송 단장은 홀로 나와, 유류세 인하 등을 검토조차 하지 않는 정부에 대해 쓴소리를 했다.

최근 기름값 논쟁에서 송보경 단장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다. 그는 2009년 10월 출범한 석유시장감시단을 이끌며 국민의 기름값 부담이 커지는 것을 두고, 정부와 정유사의 합작품임을 고발해 왔다. 1983년 소시모를 창립하고 2000년 국제소비자기구(IOCU) 부회장에 선임되는 등 지난 1970년 이후 42년 동안 우리나라 소비자운동을 헌신한 그의 목소리가 가진 울림은 크다.

그는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소시모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물가를 잡아 서민 생활 안정을 이루겠다는 정부가 가계비 부담의 가장 큰 요인인 기름값을 두고 정유사 탓을 하거나 세수 부족을 이유로 유류세 인하를 검토조차 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송 단장의 정유 회사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그는 "정유사는 '국제 유가가 올라서 국내 휘발유 값을 올린다'고 했지만, 조사 결과 휘발유 값 상승폭은 국제 유가 오름폭보다 컸다"며 "휘발유 값 구조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 유가 올라서 국내 휘발유 값 올린다는 정유사, 알고 보니..."

▲  "1년 동안 매주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윳값의 움직임을 조사했더니 정유사가 국제 유가 상승분보다 38원 더 올렸다는 것은 결과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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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단장의 나이는 올해로 66살. 어찌 보면 사회적으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다. 하지만 최근 기름값 논쟁에서 김창섭 부단장(경원대 교수)과 함께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소비자를 대신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석유시장감시단은 지난 14일 "2010년 한 해 동안 국제 유가보다 정유사의 공장도(주유소 공급) 가격이 38원 더 올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냈다. 정유사 쪽은 보고서 내용을 두고 "소시모의 조사가 사실"이라면서도 "유가가 오를 때마다 정유사가 이를 휘발유값에 반영하는 시차가 매번 다르고 정유사마다 전략적으로 휘발유값을 조정한다, 기준에 따라 휘발유값 상승폭이 왜곡돼 보여질 수가 있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송 단장은 "합의를 해놓고 이제 와서 딴소리한다"고 지적했다. 실제, 소시모와 정유사는 휘발유값 움직임에 대한 분석틀을 합의한 바 있다. 소시모의 보고서도 이러한 분석틀을 통해 계산된 것이다. "보고서에 대해서는 1㎜도 양보 안 한다"는 그의 말에는 열정과 자신감이 묻어 있었다. 

- 정유사는 "폭리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우리는 정유사가 폭리를 취했다는 말은 한 적이 없다. 우리는 팩트(사실)만 가지고 얘기한다."

- 무슨 말인가? 
"정유사는 휘발유 값을 올릴 때마다 '국제 유가가 오르니까 올린다'고 했다. 이 주장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지난해 1년 동안 매주 국제 유가와 국내 휘발유 값의 움직임을 조사했다. 그랬더니 정유사가 국제 유가 상승분보다 38원 더 올렸다는 것은 결과가 나왔다. 또한 SK 주유소가 다른 주유소보다 가장 비싸다는 결과도 얻었다."

- 정유사마다 가격차이가 나는가? 
"석유시장감시단이 매주 주유소의 휘발유값을 비교한 결과, 1년 내내 SK 주유소의 평균 휘발유값이 가장 비쌌다.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SK 주유소의 휘발유값은 리터당 1813.86원으로, 가장 싼 현대오일뱅크(1794.70원)보다 19.16원 비쌌다. 이는 SK의 경우, 다른 업체와 달리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에 SK네트워크라는 중간 유통 단계가 있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앞으로 정유사의 판단이 남았다"고 밝혔다. 그는 "소비자가 계속 문제제기하면 정유사가 휘발유 값을 결정하는 구조를 바꿀 수 있겠지만, 소비자로부터 비난받아도 이익을 취하겠다는 입장을 보일 수도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의 기름값 논쟁을 보면, 정유사의 선택은 후자인 듯하다.

- 정유사는 "마진을 줄여도 기름값 인하폭이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아니, 그걸 정유사가 왜 판단하나. 소비자 입장에서 판단해야 한다. 정유사는 1리터(ℓ)에 수십 원밖에 안 되는 적은 돈이라고 하는데, 한 번에 50리터 정도를 주유하게 되면 천 원이 넘는다. 1주일에 한 번 주유한다고 해도 누적되면 큰돈이다. 전체 소비자로 생각하면 어마어마한 돈이다."

그의 비판은 언론으로도 향했다. 송 단장은 "적지 않은 언론들이 정유사 편을 들고 정부 비판하기에만 바쁘다, 정유사의 설명에만 익숙해진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언론이 정유사를 눈치 본다는 뜻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송 단장은 "사실을 확인할 수 없지만…"이라면서 쓴웃음을 지었다.

"기름값 조정 못 하면 정부 정책 신뢰는 없다"

▲  14일 서울시내 한 주유소의 모습. 여전히 2천원을 넘는 등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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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생활 안정과 물가 안정을 강조할 경우, 가장 먼저 어떤 품목을 챙겨보아야 하나?"

인터뷰 도중 송 단장이 기자에게 물었다. 기자가 선뜻 말문을 열지 못하자, 송 단장은 "가계비 지출에 큰 영향을 주는 것 중의 하나가 기름 값"이라며 "정부가 1960년대 물가에 큰 영향을 주는 쌀값의 안정을 위해 여러 가지 수단을 썼다면, 지금은 기름 값 안정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다시 기자에게 물었다. "기름 값 구조를 살펴보면 기름 값의 절반이 세금이다, 그렇다면 정부는 기름 값 안정을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하느냐?"고 했다. 기자가 머뭇거리자 이번에도 송 단장이 스스로 답변을 내놓았다. 세금을 내려 소비자의 부담을 줄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현재 1리터당 1822.7원인 휘발유 값의 절반인 911.6원이 세금이다. 이중 관세와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실질적인 유류세는 745.89원. 이는 당초 475원인 교통환경에너지세에 '+11.37%'의 탄력세율이 적용되고, 다시 이 금액의 41%가 교육(15%)·주행세(26%) 명목으로 더해진 것이다.

▲  "서민 생활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한다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검토도 안 한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 소비자시민모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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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석유시장감시단은 탄력세율을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탄력세율이라는 것 자체가 비상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 만든 것 아닌가. 국민의 기름값 부담이 큰 상황이라면 세율을 내려 부담을 줄일 수 있다. '-30%' 탄력세율을 적용하면 475원이 기준인 교통환경에너지세를 332.5원으로 내릴 수 있다. 여기에 교육·주행세도 줄어들게 돼 리터당 277.065원의 인하 효과가 생긴다."

-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2008년 한시적으로 유류세를 10% 인하했더니 세수가 2조 원 감소하는 반면 효과는 적었다"며 유류세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세수가 2조 원 감소한다는 것은 결국 국민의 세금 부담이 그만큼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효과가 없다면 그 이유를 밝히고 바로 잡아야지, 정부가 무턱대고 안 된다고 하면 되느냐. 또한 유사 석유 등으로 인한 탈세만 방지해도 세수 감소분이 상쇄된다. 책상에만 앉아서 하던 대로 정책을 짜면 안 된다."

송 단장은 "기름값을 조정 못하면 정부 정책의 신뢰도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서민 생활 안정을 최우선 순위로 한다는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검토도 안 한다고 하면 말이 안 된다, 만약 그렇다면 이 정부에게 서민 생활이 최우선 순위가 아니라는 말과 같다"고 지적했다.

"소비자는 자기 행위 바꾸지 않으면서, 기름값 내리기만 원하면 안 돼"

인터뷰 막바지, 송 단장의 비판은 소비자에게까지 이르렀다. 그는 "현재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오피넷)에서는 전국 주유소 가격이 공개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1원이라도 싼 주유소를 찾아 가격 경쟁이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은 자기 행위는 바꾸지 않으면서 기름값이 내리기만 기다리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경품을 주는 주유소를 피해야 한다"며 "기름을 넣은 뒤 경품을 받고 좋아하면 안 된다, 주유 가격에 포함되고 있고 주유소 간의 공정한 경쟁을 해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소비자단체에 대한 적극적인 관심과 후원을 바랐다.

"소비자단체가 없다면, 왜 소비자들이 리터당 1800원이 넘는 돈을 주고 휘발유를 넣어야 하는지를 연구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소비자들이 소비자단체에 힘을 불어넣고 지킨다면, 많은 기업들이 가격 구조를 소비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꿀 것이다. 작은 이익 앞에 소비자에게 욕먹고 말자는 곳은 없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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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orea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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