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사투 벌이는 대전역 앞 노숙인>
한평 그늘은 '만원'..일부는 뙤약볕 노출 

(대전=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이틀째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지난 5일 낮 12시 대전 동구 정동 대전역 서광장.

   '대전사랑 추억의 노래비' 옆 나무 아래 벤치는 지친 표정으로 부채질을 하는 노인들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그늘이 드리운 평상 위는 바둑을 두거나 구경하는 사람들로 역시 발디딜 틈이 없다.

   몇몇 노인들은 돗자리를 나무 그늘이 진 아스팔트 바닥에 펼쳐놓고 잠을 자고 있었다.

   대전역 근처에서 더위와 사투(死鬪)를 벌이는 노숙인과 역 인근 쪽방촌 주민 등 30여명은 마땅히 쉴 곳을 찾지 못하고 이렇게 한 평 그늘을 찾아 다니고 있었다.

   대전역 1층 출입구에 앉아 있던 노숙인 오모(49)씨는 "밖은 햇볕이 너무 쨍쨍하고 그늘에는 앉을 자리도 없어서 여기 앉아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바깥보다는 서늘한 편이지만 왜 더 시원한 맞이방으로 들어가지 않느냐는 질문에 오씨는 "옷도 못 갈아입고 씻지도 못하니까 냄새가 난다. 승객들이 민원을 넣으면 직원들이 와서 나가라고 한다"며 "여기가 제일 편하다"고 설명했다.

   거동을 할 수 있는 노숙인들은 쫓겨나더라도 여기저기 시원한 곳을 찾아갈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땡볕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역사 출입구 구석에 등을 보이고 누워있던 한 노숙인의 팔다리는 비쩍 말라 있었다. 마른 몸이 제대로 들썩이지도 않아 숨을 쉬는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오씨는 "그를 자주 봤다"며 "몸이 성치 않아 항상 저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고 했다.

   대전역 광장에서 300m정도 떨어진 골목에 위치한 쪽방촌 주민은 집안에 있는 것이 더욱 고역이라고 하소연했다.

   여인숙 주인 임모(61·여)씨는 "집이 찜통이라 집 안에 있을 수가 없다. 손님들도 짐만 방에 두고 있지 거의 밖에 나가 있다"며 "예전에는 홈리스 지원센터인지 전자제품 회사인지 작은 선풍기를 하나씩 놔 주더니 언제부턴가 그마저도 끊겼다"고 말했다.

   광장에 나와 있던 쪽방촌 거주자 정모(73·여)씨는 "여름에는 밤에도 덥고 답답해서 집에 들어가지 않는다. 여기서 밤을 지새는 경우가 많다"며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괜찮다. 더운 데서 자다 변을 당하는 것 보다 낫다"고 씁쓸해 했다.

   상대적으로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빈곤 노인층이 많이 살고 있는 쪽방촌은 폭염으로 인한 사고에 취약하다.

   실제로 지난해 8월 초 쪽방촌에 있던 김모(74)씨가 폭염으로 인한 심근경색으로 숨지기도 했다.

   대전홈리스지원센터의 한 관계자는 "대전역 인근에 선풍기가 있는 응급 잠자리가 3군데 있지만, 음주가 금지돼 있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불편해서 잘 오지 않는다"며 "대전역이 비교적 시원하지만 노숙인들이 들어가지 않으려 하기 때문에 바깥 더위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전역 인근에서 생활하는 노숙인과 쪽방촌 주민은 모두 80여명.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지금 이들에 대한 지원이 더욱 절실하다.

   emily@yna.co.kr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             2011/08/06 07:31 송고

Posted by Corea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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